작성자: sonslab | 발행일: 2025년 3월 28일

들어가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4:1로 이기고, 이후 커제 9단을 3:0으로 제압한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미 AI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된 이 순간은, 강화학습의 놀라운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주었죠. 알파고가 초기에는 인간의 기보를 모방하는 지도학습에서 출발했지만, 이후에는 자기 자신과의 대국을 통해 스스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고차원적인 전략을 습득했습니다.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 기초를 배우고, 이후에는 직접 경험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특히 2017년에 등장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인간의 지식 없이도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 단 3일 만에 기존의 알파고를 능가했죠. 이처럼 현대 인공지능의 주요 패러다임 중 하나인 강화학습은 바로 이러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과정을 알고리즘화한 것입니다.
오늘은 AI의 중요한 패러다임 중 하나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의 기본 원리와 핵심 요소에 대해 탐구해보려 합니다.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단순화하면서도, 그 본질적인 아이디어와 철학적 함의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강화학습: 경험을 통한 학습의 알고리즘화
강화학습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계산적 접근법입니다. 인간이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하듯, 강화학습 알고리즘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보상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스스로 발견합니다.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경험주의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의 '백지 상태(tabula rasa)' 개념과 맥을 같이 합니다. 로크는 인간의 지식이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획득된다고 주장했는데, 강화학습 역시 사전 지식보다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경험적 학습을 중시합니다.
강화학습의 핵심은 선택(action)과 그에 따른 결과(reward)를 연결짓는 능력입니다. 이는 심리학자 B.F.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이론과도 유사합니다. 스키너는 행동의 결과가 그 행동의 미래 발생 확률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는데, 강화학습 알고리즘도 이와 유사하게 보상을 통해 행동을 '강화'합니다.
강화학습의 기본 요소들: 지능의 기계적 구현
강화학습 시스템은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됩니다: 에이전트(agent), 환경(environment), 상태(state), 그리고 행동(action)입니다. 이러한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은 매우 정교한 학습 메커니즘을 형성합니다.
1. 에이전트와 환경: 상호작용의 주체와 세계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식의 주체인 '나'와 인식의 대상인 '세계'를 구분했습니다. 강화학습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학습하는 주체인 '에이전트'와 학습의 대상인 '환경'이 명확히 구분됩니다.
에이전트는 학습하고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 환경을 탐색하고 행동을 선택합니다. 체스 프로그램, 자율주행 자동차의 제어 시스템, 또는 로봇 팔 등이 에이전트가 될 수 있습니다.
환경은 에이전트가 상호작용하는 세계입니다. 체스판, 도로 환경, 또는 물리적 세계 등이 환경의 예입니다. 환경은 에이전트의 행동에 반응하여 변화하고, 에이전트에게 새로운 상태와 보상을 제공합니다.
에이전트와 환경의 관계는 철학적으로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의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이 관점에서 지능은 물리적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현되는 것으로, 강화학습은 이러한 상호작용적 지능의 기계적 구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상태와 행동: 인식과 선택의 메커니즘
**상태(state)**는 환경의 현재 조건을 표현합니다. 체스에서는 현재 말들의 배치, 자율주행에서는 차량의 위치와 속도, 주변 차량의 정보 등이 상태를 구성합니다. 수학적으로, 상태 집합 S는 에이전트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환경 조건의 집합입니다.
**행동(action)**은 에이전트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취하는 선택입니다. 체스에서 말을 움직이거나, 자율주행 차가 속도를 조절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행동의 예입니다. 행동 집합 A는 에이전트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행동의 집합입니다.
칸트의 인식론에서 '현상(phenomena)'이 감각을 통해 접근 가능한 세계라면, 강화학습에서의 '상태'는 에이전트의 관찰을 통해 접근 가능한 환경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행동'은 에이전트의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교차점에 위치합니다.
3. 보상과 정책: 가치와 전략의 형성
강화학습의 핵심 메커니즘은 **보상(reward)**과 **정책(policy)**을 통해 작동합니다.
보상은 에이전트의 행동에 대한 환경의 피드백으로, 수치적 신호(보통 실수값)로 표현됩니다. 보상 함수 R은 상태-행동 쌍에 대해 보상값을 할당합니다
R(s,a)→R
이는 특정 상태 s에서 행동 a를 취했을 때 받는 즉각적인 보상을 의미합니다.
**정책(policy)**은 에이전트가 각 상태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전략입니다. 수학적으로, 정책 π는 상태에서 행동으로의 매핑 함수입니다
π(s)→a 또는 확률적으로 π(a|s)→[0,1]
후자는 상태 s에서 행동 a를 선택할 확률을 의미합니다.
철학적으로, 보상은 공리주의적 '효용(utility)'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이 주장했듯이, 행동의 가치는 그것이 가져오는 '행복' 또는 '효용'에 의해 결정됩니다. 강화학습에서도 행동의 가치는 그것이 가져오는 '보상'에 의해 결정됩니다.
마르코프 결정 과정: 강화학습의 수학적 프레임워크
강화학습의 수학적 기반은 **마르코프 결정 과정(Markov Decision Process, MDP)**입니다. MDP는 현재 상태만 알면 미래 상태를 예측하는 데 과거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는 '마르코프 속성(Markov property)'에 기반합니다.
MDP는 다섯 가지 요소의 튜플로 정의됩니다: MDP=(S,A,P,R,γ)
- S: 상태 집합
- A: 행동 집합
- P: 상태 전이 확률 함수, P(s′|s,a)는 상태 s에서 행동 a를 취했을 때 상태 s′로 이동할 확률
- R: 보상 함수
- γ: 감가율(discount factor), 0과 1 사이의 값으로 미래 보상의 현재 가치를 계산
MDP의 핵심 아이디어는 **가치 함수(value function)**와 **큐 함수(Q-function)**를 통해 표현됩니다.
**상태 가치 함수 Vπ(s)**는 정책 π를 따를 때 상태 s에서 시작하여 얻을 수 있는 기대 누적 보상입니다.
Vπ(s)=Eπ[∑t=0∞γtRt|s0=s]
여기서 Eπ는 정책 π 하에서의 기대값이고, ∑t=0∞γtRt는 감가된 미래 보상의 합입니다.
**행동 가치 함수 Qπ(s,a)**는 상태 s에서 행동 a를 취하고 이후 정책 π를 따를 때 얻을 수 있는 기대 누적 보상입니다:
Qπ(s,a)=Eπ[∑t=0∞γtRt|s0=s,a0=a]
이러한 수학적 프레임워크는 철학적으로 결정론과 확률론의 융합을 보여줍니다. 환경의 변화는 확률적이지만(P 함수), 에이전트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적 정책을 찾아내려 합니다.
핵심 알고리즘: 가치 기반과 정책 기반 접근법
강화학습 알고리즘은 크게 두 가지 접근법으로 분류됩니다: 가치 기반(value-based)과 정책 기반(policy-based) 접근법입니다.
가치 기반 접근법: Q-학습과 SARSA
가치 기반 접근법은 상태나 상태-행동 쌍의 가치를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행동을 선택합니다.
**Q-학습(Q-learning)**은 가장 유명한 가치 기반 알고리즘 중 하나로, 행동 가치 함수 Q를 직접 학습합니다. Q-학습의 업데이트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Q(s,a)←Q(s,a)+α[r+γmax
여기서 α는 학습률(learning rate), max_a' Q(s',a')은 다음 상태 s'에서 가능한 최대 Q값입니다.
Q-학습의 핵심 아이디어는 '시간차 학습(temporal difference learning)'으로, 현재 추정과 미래 추정의 차이를 통해 학습합니다. 이는 심리학자 리처드 서튼(Richard Sutton)이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의 예측 학습 메커니즘과도 유사합니다.
**SARSA(State-Action-Reward-State-Action)**는 Q-학습과 유사하지만, 실제로 취한 다음 행동을 기반으로 업데이트합니다:
Q(s,a) \leftarrow Q(s,a) + \alpha[r + \gamma Q(s',a') - Q(s,a)]
여기서 a'은 상태 s'에서 실제로 선택한 행동입니다.
Q-학습과 SARSA의 철학적 차이는 흥미롭습니다. Q-학습은 '이상적인 미래(optimal future)'를 가정하는 반면, SARSA는 '실제 경험하는 미래(experienced future)'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이상주의와 경험주의의 대비로 볼 수 있습니다.
정책 기반 접근법: 정책 경사(Policy Gradient)
정책 기반 접근법은 가치 함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정책을 최적화합니다.
정책 경사 방법은 파라미터화된 정책 π_θ(a|s)를 정의하고, 기대 보상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파라미터 θ를 업데이트합니다.
\theta \leftarrow \theta + \alpha\nabla_{\theta} J(\theta)
여기서 J(\theta)는 정책 \pi_{\theta}의 성능 측정값이고, \nabla_{\theta} J(\theta)는 그 경사(gradient)입니다.
정책 경사의 철학적 의미는 '자율성(autonomy)'과 연결됩니다. 가치 기반 접근법이 '환경에 대한 이해(가치 함수)'를 통해 행동을 결정한다면, 정책 기반 접근법은 '행동 자체의 직접적 최적화'를 추구합니다. 이는 칸트의 '자율적 도덕(autonomous morality)' 개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탐색과 활용의 균형: 학습의 본질적 딜레마
강화학습의 핵심 도전 중 하나는 **탐색(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 사이의 균형입니다.
탐색은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여 환경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전략을 발견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활용은 현재까지 알고 있는 최선의 행동을 선택하여 즉각적인 보상을 최대화하는 것입니다.
이 딜레마는 철학적으로 '지식의 한계'와 '행동의 책임' 사이의 긴장과 유사합니다. 완벽한 지식 없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은 인간의 조건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강화학습에서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사용합니다:
- ε-그리디(ε-greedy): 확률 ε로 무작위 행동을, 확률 (1-ε)로 최선의 행동을 선택
- 볼츠만 탐색(Boltzmann exploration): 행동의 예상 가치에 비례하는 확률로 행동을 선택
- UCB(Upper Confidence Bound): 불확실성이 높은 행동에 추가 가중치를 부여
이러한 전략들은 '불확실성 하에서의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더 넓은 철학적 질문과 연결됩니다.
강화학습의 한계와 도전
강화학습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러 한계와 도전이 존재합니다:
- 차원의 저주(curse of dimensionality): 상태 공간이 커질수록 학습이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집니다.
- 보상 희소성(reward sparsity): 의미 있는 보상이 드물게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학습이 어렵습니다.
- 샘플 비효율성(sample inefficiency): 많은 강화학습 알고리즘은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 전이 가능성(transferability): 한 환경에서 학습한 정책을 다른 환경으로 전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는 철학적으로 '일반화(generalization)'와 '특수화(specialization)' 사이의 긴장, 그리고 '경험의 한계'를 반영합니다. 데카르트가 의심했던 것처럼, 감각 경험만으로는 완전한 지식에 도달할 수 없다는 한계가 강화학습에도 존재합니다.
강화학습과 인간 학습의 교차점
강화학습과 인간 학습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은 흥미로운 탐구 주제입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 특히 도파민 시스템은 강화학습과 유사한 방식으로 예측 오류(prediction error)를 통해 학습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강화학습 알고리즘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학습합니다. 우리는 소수의 경험으로부터 일반화할 수 있고, 사전 지식을 활용하며, 다양한 형태의 학습(모방 학습, 사회적 학습 등)을 통합합니다.
이는 강화학습의 미래 방향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인간의 학습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받은 하이브리드 접근법, 사전 지식의 통합, 그리고 다중 학습 모드의 결합이 강화학습의 발전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나가며: 강화학습과 인간 지능의 미래
오늘날 강화학습은 게임 AI, 로봇 제어, 자원 관리, 의료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은 강화학습의 기본 원리가 실제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강화학습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기술적 성공을 넘어, 지능과 학습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강화학습은 경험을 통한 학습이라는 인간 지능의 핵심 측면을 알고리즘화함으로써, 인공지능의 '지능(intelligence)'에 진정한 학습 능력을 부여합니다.
철학자 앤디 클라크(Andy Clark)가 제안한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개념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는 두뇌를 넘어 몸과 환경으로 확장됩니다. 강화학습은 이러한 관점에서 에이전트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발하는 지능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강화학습의 가장 깊은 통찰은, 지능이란 고정된 알고리즘이 아니라 환경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는 적응적 과정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이는 인간 지능을 이해하고, 보다 유연하고 적응적인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강화학습의 매력이자 가치입니다: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지능과 학습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철학적 렌즈라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화학습의 원리가 우리 자신의 학습과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Sonslab은 현재 반도체 MI 분야에서 엔지니어들에게 AI 기술을 활용하여 전자 현미경 이미지를 계측 분석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4년 DDCON에서 "자동화 시대의 AI와 인간의 협업 시너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으며, 인간 중심 AI 기술과, 응용 Application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도서를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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