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의 정의와 AI와의 관계: 지능의 스펙트럼을 탐색하다
작성자: sonslab | 발행일: 2025년 3월 25일
들어가며: 지능을 향한 여정
몇 년 전, 우리 플랫폼을 사용하는 한 엔지니어로부터 "이 솔루션은 머신러닝으로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AI로 불러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은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사실 컴퓨터 과학의 핵심을 관통하는 깊은 탐구를 요구한다. 오늘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우리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려는 여정을 시작한 지 이미 70년이 넘었다. 그 여정의 중심에는 항상 '학습'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학습 없이 지능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알려진 모든 것들은 이전에 알려진 것들로부터 학습된다."
개념의 정원: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정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이에 필적하는 기계의 능력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AI는 기계가 '생각'하고, '이해'하며, '학습'하는 방식에 관한 거대한 탐구의 우산이 되었다.
반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ML)은 AI의 하위 분야로, 아서 사무엘(Arthur Samuel)이 1959년 "컴퓨터에게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하지 않고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연구 분야"라고 정의했다. 이는 규칙을 직접 코딩하는 대신,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인식하고 학습하는 알고리즘의 개발에 중점을 둔다.
이런 개념적 관계를 이해하면, 모든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의 일부이지만, 모든 인공지능이 머신러닝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체스 프로그램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AI이지만 ML은 아니다. 반면,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체스의 패턴을 학습하는 시스템은 ML의 영역에 속한다.
지식의 계보학: 머신러닝의 역사적 위치
인공지능의 역사는 마치 철학 사상의 흐름처럼 다양한 접근방식의 부상과 쇠퇴, 통합의 과정을 보여준다. 1950-60년대의 초기 AI는 논리적 추론과 규칙 기반 시스템에 중점을 두었다. 이는 라이프니츠의 '보편적 계산기(characteristica universalis)'나 부울의 논리학과 같은 계몽주의 이성의 계보를 잇는 것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통계적 접근법이 부상하면서 머신러닝이 점차 AI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는 인식론적 전환을 의미했다. 데카르트식의 '생각하는 기계'에서 흄이나 베이즈가 주창한 경험주의적 학습 모델로의 전환이었다. 머신러닝은 암묵적으로 "경험이 지식을 형성한다"는 경험주의 철학의 핵심 원칙을 구현한다.
2010년대 이후 딥러닝의 급격한 성공은 이러한 경험주의적 접근을 극대화했다. 오늘날 AI의 주류는 명시적 규칙보다는 데이터에서 학습하는 능력에 더 중점을 둔다. 이는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의 세계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적 관찰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철학의 방향이 전환된 것과 유사하다.
지능의 구성 요소: 학습의 중심성
인간 지능의 본질에 대한 오랜 철학적 논쟁에서, 학습 능력은 항상 핵심적 요소였다. 존 로크(John Locke)는 인간의 마음을 '백지상태(tabula rasa)'로 보았고, 모든 지식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머신러닝은 이러한 관점을 컴퓨터 과학에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지능을 다양한 인지 능력의 복합체로 정의한다. 지각, 추론, 문제 해결, 학습, 그리고 적응 능력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학습 능력은 다른 모든 능력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다. 머신러닝은 바로 이 핵심적 구성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그것은 단순히 바둑 규칙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기보와 자가 학습을 통해 전략과 패턴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는 머신러닝이 현대 AI의 중심에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경계의 흐려짐: 머신러닝과 AI의 공진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명확했던 경계가 오늘날에는 흐려지고 있다. 딥러닝의 발전과 함께, 학습 기반 접근법은 컴퓨터 시각, 자연어 처리, 로봇 공학 등 AI의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AI 시스템의 대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학습 알고리즘을 포함한다. 이는 마치 현대 심리학이 인간 지능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학습과 적응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가 19세기에 실험심리학을 창시했을 때, 그는 인간의 인지 능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현대 AI에서 머신러닝이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는 우리의 지능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정적인 지식 구조에서 동적인 학습 과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반도체 이미지 분석에서 발견한 통찰
내 연구 분야인 반도체 전자 현미경 이미지 계측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목격했다. 과거에는 전문가가 명시적으로 정의한 영상처리 알고리즘 규칙에 따라 이미지를 분석했다. 특정 명암 값, 에지 감지 알고리즘, 형태학적 연산자 등을 조합하여 나노 구조를 식별했다.
그러나 TEM 이미지의 경우 영상처리 과정의 규칙으로는 불가능하여 7년 전 최초의 딥러닝 모델을 활용한 이후, 현재는 적어오 우리 프로젝트는 대부분 데이터 기반 접근법으로 전환했다. 엔지니어들이 레이블링한 수십에서 수백 개의 이미지로 학습된 딥러닝 Segmentation 모델은 이전 방식보다 훨씬 정확하고 견고하게 패턴을 인식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더 이상 모든 규칙을 명시적으로 코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시스템이 데이터에서 그 규칙을 학습하도록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머신러닝이 단순히 AI의 하위 분야가 아니라, 현대 AI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인간 지능과의 대화: 학습의 본질에 대한 성찰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나는 인간 지능의 본질에 대한 더 깊은 질문으로 이끌린다.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학습하는가? 피아제(Jean Piaget)는 인간의 학습을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새로운 경험을 기존의 인지 구조에 통합하거나, 그 구조 자체를 수정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의 일부 측면을 구현하고 있다. 지도학습은 '동화'와 유사하게 새로운 데이터를 기존 모델에 맞추려 하고, 비지도학습과 강화학습은 '조절'처럼 모델 자체를 변형시킨다.
그러나 인간의 학습은 단순한 패턴 인식을 넘어선다.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가 강조했듯이, 우리의 학습은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도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또한 우리는 적은 수의 예시에서도 학습하고, 한 영역의 지식을 다른 영역으로 창의적으로 전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AI 연구의 다음 단계가 단순한 알고리즘 개선을 넘어, 인간 학습의 복잡성과 풍부함을 더 깊이 이해하고 모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나가며: 확장된 지능의 지평을 향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단순한 개념적 위계를 넘어선다. 그것은 지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렌즈이다. 초기 AI 연구자들이 지능을 주로 논리적 추론과 기호 조작으로 보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학습, 적응, 그리고 경험으로부터의 지식 구성이 최소한 같은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머신러닝이 AI의 중심으로 이동한 것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지능에 대한 우리의 철학적 이해의 변화를 반영한다. 이는 데카르트적 합리주의에서 흄의 경험주의로, 그리고 최근에는 엠바디드 코그니션(embodied cognition)과 같은 더 통합적인 관점으로의 전환과 평행을 이룬다.
앞으로 우리가 AI의 다음 장을 써나갈 때, 단순히 더 강력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지능의 본질에 대한 더 깊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머신러닝은 AI의 하위 분야에서 그 중심으로 이동했지만, 진정한 인공지능으로 가는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우리는 인간 지능의 미스터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sonslab은 현재 반도체 MI 분야에서 엔지니어들에게 AI 기술을 활용하여 전자 현미경 이미지를 계측 분석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4년 DDCON에서 "자동화 시대의 AI와 인간의 협업 시너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으며, 인간 중심 AI 기술과, 응용 Application 개발에 관심이 있으며 관련 도서도 준비 중입니다.